CROWN INTERVIEW

인터뷰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고객들을 엄선하여
크라운구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 입니다.

Jian Kwon

권지안(솔비) | 화가, 가수

 

EDITOR

엔터테이너 솔비에서 화가로 변신한 아티스트 권지안.
그녀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선보이며
축하의 기능을 상실해 환영받지 못한 케이크,
‘Just a Cake’를 통해 상처받은 현대인들의 초상을 담아내어
바르셀로나 국제 예술상에서 대상을 거머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가수 솔비가 아닌 작가 권지안으로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나 학창 시절에는 미술에 관심이 전혀 없었고 미술에 소질이 있다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어릴 때부터 가수, 연예인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정작 꿈을 이루고 나니 언제부턴가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실제 저의 모습과 대중에게 비치는 모습이 다르고, 실제 꿈꾸던 것과 다른 모습으로 활동을 이어가면서 어떤 것이
본연의 제 모습인지 존재 자체에 대한 이질감이 느껴졌어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정작 제 마음을 돌아볼 시간이 없더군요. 몸과 마음이 지쳐 우울증을 겪고 나서야
심리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고 혼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도전해 본 것 같아요. 그러다 미술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때 만난 선생님과 그림을 그리며 마음도 치유되기 시작했어요.

210년이라는 작품 활동 기간 동안 작업하신 결과물이나 퍼포먼스 스타일을 보면 확연한 변화가 느껴집니다. 초창기 작품과 근작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초창기 작업물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이었다면, 근작일수록 추상적이에요. 과거에는 “나 이런 마음이야. 알아주면 좋겠어”라는 심정을 작품에 많이 녹여내려 했던 것 같아요.
초반 작업은 오랜 기간 묵혀둔 감정이 드러나는 일기 같은 작품들이 많았어요. 이후 하이퍼리즘 시리즈, 셀프 컬래버레이션 같은 것들은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응어리를
꺼내는 작업들이었어요.

3작업 스타일이 아주 즉흥적이십니다. 팔레트나 붓을 이용하지 않고 캔버스에 그대로 물감을 뿌리고 손가락으로 색을 조합하고 칠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세요.

저는 작품에 대한 구상을 머릿속으로 하고 작업을 시작하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달리게 돼요. 제가 선보여온 셀프 컬래버레이션은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워서 한 번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면 핑거페인팅은 정말 즉흥적으로 작업을 이어가요. 미리 색 조합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하얀 캔버스를 채워가면서 레이어드 되는 컬러 사이의 공간들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얼마나 새로운 색들이 나오게 되는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색의 조합들을 직접 그리며 눈으로 확인해나가는 거예요. 사전에 색을 조합해 보거나 연습하는 건 아니지만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색들을 계획하고, 색들이 만나면 어떤 색이 되는지 머릿속에서 순간순간 확인하는 거죠. 저만의 시각이 그런 색을 통해 표현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하얀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으면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야 한다는 마음과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나오고, 그 우연성들이 겹쳐서 무언가 다른 완성작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4말씀 주신 대로 즉흥적인 방법으로 작업을 하시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실 때도 있으실 것 같은데,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당연히 그럴 때도 있어요. 그림이라는 게 작은 색 혹은 점 차이 하나로 정말 달라져요. 그리다 보면 ‘아 이 색은 쓰지 말았어야 하는데…’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죠. 어떤 색을 쓰고
어디서 멈추고 하는 것들이 모두 선택의 순간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선택에 후회도 있어요. 멈춰야 하는 순간을 아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후회가 드는
작품들은 저만의 공간에 두었다가 시간이 지나서 다시 봐요. 그럼 그 순간에는 또 다른 느낌들이 드러나거든요. 그러면 그 위에 또 다른 색을 입혀서 나름의 완성작을 만들어내는
거죠. 다른 기분과 감정을 입으면 또 다른 작품이 되는 게 그림의 매력 같아요. 어떤 때는 색을 선택하면서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면 무의식이 춤추는 것처럼 그림을 그리며
리듬을 타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핑거 페인팅을 계속하게 돼요.

5비스타 워커힐에서 개최된 2022 Humming-Paradise에서 Humming-stem 시리즈로 크라운구스와 협업을 진행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크라운구스는 가나 아트센터와 다년간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브랜드라 그런지, 이번 컬래버레이션도 제 작품이 빛날 수 있게 실물로 잘 구현해 주셨어요.
일전에 두 민 작가님과 유충목 작가님, 김세중 작가님과 협업을 진행하신 작품들을 살펴보며 예술이란 공통 범위 안에서 무한히 확장되는 가치적인 부분들이 흥미로웠어요.
앞으로 제가 선보이는 다양한 작품들도 리빙, 음악 등 다채로운 영역으로 뻗어 나가 예술이라는 공통분모 하에 언제나 새로움을 선사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해요.

6앞으로 ‘작가 권지안’으로서 지켜봐 주실 팬분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제 속마음을 붓으로 그리고 다양한 작품을 접하며 제 내면의 치유를 위해 시작한 미술 작품을 통해 마음이 치유되는 미술의 ‘선한 기능’을 경험했어요. 그리고 제가 느낀
긍정적인 감정 변화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지금은 제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이 위로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